등록 : 2008.04.25 21:41
수정 : 2008.04.26 20:26
사설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설을 공식 확인하는 성명을 그제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해 9월6일 파괴한 시리아 안 시설이 원자로이며,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협력했다는 내용이다. 100% 확실한 증거는 없다. 미국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비디오테이프의 내용도 문제의 시설이 모두 없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입증할 길이 없다. 특히 그 시설이 원자로라고 하더라도 핵무기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전무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백악관 성명도 사실을 확정하지 못하고 ‘믿고 있다’, ‘확신한다’ 등의 용어를 쓰고 있다.
문제는 6자 회담에 미칠 파장이다. 미국내 강경파들은 핵 협력설이 명확하게 규명되기 전에는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플루토늄 문제에 집중하기로 한 이달 초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도 반대한다. 나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북-미 핵 협상 전체를 중단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시리아와 핵 협력을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은 일단 과거의 문제다. 북한은 현재 대외 핵 협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우선해야 할 일은 이런 다짐을 더 확실하게 하고 검증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입증할 수 없는 과거 사안에 매달려서는 성과도 없이 논란만 키울 뿐이다. 물론 북한은 핵 협력설을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한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과 관련해 그제 의회에 비공개로 브리핑한 내용을 지난 해부터 알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내용은 없다고 한다. 곧, 부시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핵 협력설을 6자 회담 틀 안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음을 뜻한다. 북한 핵 신고와 관련해 그제까지 사흘간 방북한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도 북쪽과 상당히 진전된 논의를 했다고 한다.
6자 회담은 비핵화와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를 향해 가는 긴 과정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면서 큰 틀을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핵 협력설 등이 6자 회담 진전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참가국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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