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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5 21:43 수정 : 2008.04.25 21:43

사설

북한의 식량난이 심상찮다. 평양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쪽은 북한이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규모 기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한다. 지난 해 여름의 홍수 피해 등으로 곡물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4분의 1 가량 준 데다 국제 곡물가격까지 크게 오른 탓이다. 이 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최근 주식곡물 가격 상승률은 186%로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이 식량 지원을 대북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도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취약한 농업 기반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 적극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 북쪽 당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곡물가격 상승으로 지원 여력이 줄기는 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대북 식량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북한이 식량 분배 투명성 등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상당한 정도의 긴급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쪽 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해 주민 피해가 커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남쪽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해마다 수십만톤의 대북 식량지원을 해왔다. 이런 꾸준한 지원은 북쪽의 식량난 완화는 물론이고 남북 관계 진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런데 새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핵 문제와 분리하겠다면서도 식량 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궁한 쪽은 북한인 만큼 먼저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 고려해보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지금 남북 당국간 접촉은 사실상 끊겨 있다. 새 정부가 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연계시키면서 10·4 정상선언 등 기존 합의를 무시하는 데 대해 북쪽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건 남북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최근 들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언제든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 진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식량 지원이다. 정부는 조건을 달지 말고 대북 식량 지원을 제안하기 바란다. 남쪽이 선의를 보이는데 북쪽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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