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7 21:26
수정 : 2008.04.28 00:28
사설
현행 농지법 위반에 거짓 자경확인서 제출로 여권 안팎에서도 눈총을 받아오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이 결국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어제 밤 늦게 알려졌다. 박 수석은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러나겠다”고 하면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실이 아니다” “억울한 점이 없진 않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국민에게 사죄하기는커녕 마지막까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보기 흉하다.
박 수석의 사퇴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현행법 위반인데다 그는 특히 법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자경확인서를 작성해서 청와대에 제출했다.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 자체만으로도 백번 그만두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며칠째 버티기로 일관했으며, 청와대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더라도) 공직 수행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며 감싸기로 급급했다. 청와대가 들끓는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박 수석의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돌과 생일 때 들어온 축의금을 모아서 땅을 샀다는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위장전입으로 땅을 산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등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을 잃은 만큼 모두 사퇴해야 한다. 또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채 춘천에 농지를 가지고 있었던 이동관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경질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인사 및 검증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조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재산 공개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인사 검증 능력에 많은 문제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박 수석의 자경확인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언론에 내놓는 수준으로는 청와대가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책임자들을 교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도 이번 일에 대해 국민한테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청와대는 부자들이 모여 있나 하는 인상을 줬다” “왜 공직자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좀 덜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아랫사람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된 인사들은 바로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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