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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7 21:27 수정 : 2008.04.29 02:24

사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사장 등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장들의 사표도 받고 있다고 한다. 정권을 잡았으니 ‘돈 되고, 힘 쓰는’ 자리를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우고 싶겠지만 그 도가 너무 심하다. 이러한 ‘몰아내기’는 다분히 법률 위반 소지가 높고,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당장 중단해야 한다.

공기업이나 국책연구기관 등 305곳 공공기관의 장은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를 보장받는다.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 중 해임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공공기관 운영법 25조5항) 기관장들이 스스로 사표를 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강요된 것으로, 뚜렷한 사유 없이 해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이 정부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한번쯤 재신임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너무 자의적인 발상일 뿐 아니라 오만한 태도다. 공공기관이란 말 그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 우리 사회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다. 그런 기관의 역할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들을 바꾸려 한다면 그 기관은 공적인 일은 팽개치고 정권의 사익에 충실하게 된다.

특히, 연구기관장들까지 교체하는 것은 연구자들에게 학자적 양심을 내던지고 정권 코드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연구활동을 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학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국책연구기관의 특성상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려는 것은 정부나 연구기관 두루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몰아내기’의 밑바탕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정권을 잡았으니 내 맘대로 한다’는 사고 방식이 깔려 있다. 전형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식 발상이다. 하지만 국가 경영을 기업 경영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공기업과 연구기관 책임자를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것은 위법적일 뿐 아니라 공기업과 연구기관의 소임을 왜곡시키는 일이다. 이런 위법적인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법률이 정한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보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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