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8 20:59
수정 : 2008.04.28 20:59
사설
새 정부 경제정책의 큰틀이 바뀌었다. 어제 끝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선 연 평균 7% 성장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하려던 추경예산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정책 변경 과정에서 당·정·청 사이 엇박자로 국민에게 혼란을 준 것은 유감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내건 ‘7·4·7 정책’(연간 7% 성장, 10년 뒤 국민소득 4만달러, 경제규모 세계 7위)은 선거운동 과정에선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였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걸었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지키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 정부가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포기한 것은 국가 경제를 위해 잘한 일이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지킨답시고 단기적인 성장에 집착해 무리한 경기부양을 할 경우,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 편성 논란의 전말을 보면, 새 정부의 태도가 영 미덥지 않다. 추경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돼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초과로 거둔 세금을 내수 촉진에 쓰자고 말하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4조9천억원의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본격화됐고, 결국 대통령이 그제 재정전략회의에서 있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라고 지시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런 과정을 보면, 주요 경제정책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대통령이 과연 이번 사안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했는지, 관련부처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국가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그 지시를 받아들였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한나라당은 그나름 일관성을 유지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 편성과 국가재정법 개정에 한결같이 반대했다.
일관된 원칙과 철학이 없는 경제정책은 경제 자체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다. 정부가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미래를 설계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정책 혼선이 더는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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