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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8 21:01 수정 : 2008.04.28 21:01

사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계속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물정을 잘 모르는 탓인지, 알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온통 정신이 팔려 둘러대는 것인지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경우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어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을 키워 세계 어느 나라의 쇠고기가 들어와도 값비싸고 질 좋은 쇠고기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전날 찾아간 경기도 포천의 한 축산농가에서 개방을 해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사료값이 크게 오르고 소값은 뚝 떨어져 줄도산할 처지에 몰려 있다. 축산농가는 당장 죽을 지경인데 대통령은 경쟁력을 키워 맞서라고 하니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원성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개방을 노무현 정권 때 약속해 놓은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지만, 노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보면 전면개방을 약속한 게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 수입 기준과 비슷해야만 한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를 다 수입한다며 정치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시장 가운데 한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연령과 부위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불과 일주일 전 일본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해놓고, 일본의 화우처럼 가장 비싼 쇠고기를 생산하면 된다고 한 것도 말바꾸기처럼 들린다.

“소가 비상구 표지판을 보고 나갈 것도 아닌데 소방법이 그런 것까지 규제하니 축사 짓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은 실정을 모르고 엉뚱한 데 화풀이 한 격이다. 비상구 표지판은 가축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대피하기 위한 유도등으로, 1천㎡ 이상 축사에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농민의 생존권을 중심에 두지 않은 탓으로, 쇠고기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말이 계속 겉돌고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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