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9 19:17
수정 : 2008.04.29 19:17
사설
기획재정부가 추가경정 예산 카드를 다시 끄집어냈다. 당-정 추경 다툼에 이명박 대통령이 하지 않는 쪽으로 손을 들어준 지 하루이틀 만에,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정부가 추경에 목을 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면 정책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소야대를 피해 18대 국회에서 추진하기로 청와대와 양해가 됐다고 해도 순리가 아니며, 시장에 혼선을 줄 우려가 높다. 어느 경우든 재정부가 추경을 경기부양의 즉효약으로 여기고 무리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정점을 통과해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경기 침체를 호전시킬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고 추경에 집착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지난해 민간에서 정부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온 돈을 민간으로 환원하는 정상화 과정으로, 인위적 경기 부양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지적대로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경제 살리기와 거리가 멀 뿐더러, 지금처럼 물가 상승 압력이 큰 시점에서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대선 때나 총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게 작은 정부 알뜰한 정부며, 재정 규율을 강화하는 게 지난 10년의 당론이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1년여 전 추경 편성이 남용되는 것을 막고자 한나라당 주도로 추경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재정법을 만들지 않았느냐는 이 의장의 지적은 새겨 들어야 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책위 의견이 곧 당의 의견은 아니라며 당정 불협화음에 더해 당내 이견을 표출한 것은 우려할 만하다. 18대 국회에서 추경에 반대하는 이 의장이 바뀌고 여대야소 상황이 되면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힘보다 권력의 힘으로 직접적 효과를 얻으려 한다고 정부를 비판해 왔던 한나라당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꼴이 된다. 추경으로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여봐야 이는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성장 목표에 집착해 오기를 부리는 정부도 문제지만, 청와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문제다. 추경도 이명박 대통령이 초과 세수를 내수 촉진에 쓸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청와대부터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분명하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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