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30 20:20 수정 : 2008.04.30 23:08

사설

어제 <한겨레>가 보도한 대구 한 초등학교의 집단 성폭행 사건은 입에 담기조차 참담하다. 2년 동안 집단 성폭행과 성추행 따위를 저지르거나 당한 아이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귀를 씻고 싶을 정도니, 부모들의 속은 오죽하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까맣게 모르고, 그것도 모자라 이를 안 뒤엔 몇 달이나 쉬쉬하기만 한 학교나 교육청은 스스로 교육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게 됐다. 어린이날을 만든 지 80년이 넘도록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일이 이곳뿐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충격은 경악과 공포로 바뀐다. 사건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바로 우리 곁의 일이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보고 이를 흉내냈다고 한다. 그들 아니라도 무차별로 쏟아지는 외설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별반 없다. 사후 관리라도 제대로 됐으면 좋으련만, 정부 차원에서 이를 맡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넘게 위원을 선출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폈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부모가 맞벌이 등을 하는 탓에 방과후에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방치되지 않도록 하려면 학교와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 방과후 생활을 챙겨주는 제도적 장치와 구체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몇 년 째 펴 온 교육복지 투자 우선지역 사업 등이 그런 것일 게다. 그런 사업은 이번 사건이 난 지역을 비롯한 많은 곳으로 확대돼야겠지만, 정작 정부는 앞으로 복지 대신 성장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다.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없다는 점도 원인의 하나다. 지금의 초등학교 성교육은 고작 남녀의 신체적 차이 등을 가르치는 수준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성폭력 예방이나 정보윤리 교육은 부족하다. 입시와 경쟁 위주의 교육 현실에선 이렇게 꼭 필요한 교육조차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잘못의 원인이 분명한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게 된다. 이번과 같은 일을 겪고도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아이들을 같은 위험 속으로 던지는 게 된다. 부끄러운 일 아닌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