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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1 21:00 수정 : 2008.05.01 21:00

사설

정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으로 공공기관들이 난리다. 공기업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장까지 다 갈아치울 기세다. 그런 터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민간단체인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까지 부당한 임원 퇴진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강제 퇴진 압력은 그 자체가 위법적일 뿐 아니라 그 의도도 불순하기 그지없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에 따라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 곧 민간단체다. 1998년 공동모금회가 민간단체로 탄생한 것은 그 이전까지 정부가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임의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 관료들은 국민 성금을 정부기금에 넣어 예산 대신 멋대로 사용했다.

이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민간단체로 새롭게 태어난 공동모금회는 어려운 이웃의 고통과 눈물을 덜어 주기 위해 국민의 아름다운 기부 의지를 모아가는 소중한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반강제적인 관치모금 시절에는 연간 210억원 내외에 불과하던 모금액이 민간 전문단체로 거듭난 뒤 계속 늘어나 지난해는 2600억원을 넘었다.

이번 공동모금회 임원에 대한 퇴진 압력은 새 정부가 민간단체의 위상을 매우 가벼이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예산의 축소와 효율화 타령을 하면서 국가복지의 책임을 민간 재원을 통해 대신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복지부는 이전에도 국내 최대의 민간 복지지원 기관인 공동모금회를 두고 개입 의도를 드러낸 적이 많았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코드 인사를 강행할 기회로 여기는 얕은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공동모금회 회장과 사무총장은 기부자들인 국민, 수혜자인 복지계와 중립적 감시자인 시민사회 인사들이 선임해 왔다. 이러한 민간단체 임원에게 인사권도 없는 중앙부처의 국장이 퇴진을 요구하고 불이익 운운하며 협박을 가하는 것은 치졸함을 넘어 위법적인 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공동모금회가 민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의 위상을 통해 국민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도록 지원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민간 재원과 자리가 탐나 회장과 사무총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것은 온당치도 못할뿐더러 점차 성숙해 가는 기부문화를 아예 망가뜨리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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