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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2 19:29 수정 : 2008.05.02 19:29

사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그제 민주노동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민주노총 등 25개 단체를 불법 폭력시위 단체로 규정하면서, 올해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이들 단체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사실상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단체 가운데 보조금을 신청한 단체는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당과 노조는 보조금 지원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들 단체와 조직을 흠집 내고 모욕 주려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시민단체도 돈으로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더더욱 천박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이런 일이 반대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면 더 큰 일이다. 이미 한국 정치의 주요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국내의 대표적인 시민·사회·언론 단체들이 총망라된 범국본, 한국 민주 노동운동의 상징인 민주노총 등은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지탱하고 유지해 온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기구들이다. 이들은 또 대운하 사업이나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에 반대 뜻을 분명히한 단체들이다. 이들을 불법이나 폭력단체로 모는 것이 의도적인 게 아니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을 이렇게까지 음해하고 폄하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비상식적 폭주에 어떤 반대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독재 정권을 꿈꾸는 반민주적 폭거,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말이 없을 게다.

그러지 않아도 집회와 시위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헌법상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행정적인 이유를 내세워 태연히 무시하는가 하면, 평화적인 시위조차 방해한다는 비난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법 질서를 강조하면서 이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가 이번과 같은 일일 게다.

우리 사회가 수십년에 걸친 힘든 과정을 거쳐 확보한 집회·시위의 자유 등 절차적 민주주의는 결코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정당한 반대 세력까지 불법 폭력·시위 단체로 모는 일이 민주주의일 수도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런 일을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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