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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비정규직 인권을 외면하려는가? |
노·사·정과 국회의 비정규직 법안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태가 정면 대결로 번질 조짐이다. 두 노총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수용을 요구하며 어제 합동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여기에 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개 단체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를 맹비난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이 인권위 지지성명을 발표했고, 기독교사회책임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등의 단체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용자 단체들의 태도다. 다섯 단체장은 “인권위의 의견 발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노·사·정 사이 갈등만 부추기는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인권위가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이라는 잣대로 개입함으로써 더 큰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최근 미국의 나이키는 제3 세계 하청공장의 노동 상황까지 개선하겠다고 인권단체들에 약속한 바 있다. 몇 해 동안 계속된 인권단체의 공격에 대해 적어도 ‘인권의 잣대로 개입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경제 단체장들이 자신들이 직접 부리는 노동자의 인권 개선 요구를 매도하는 건 비윤리성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일 뿐이다. 인권과 윤리·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국제 흐름이 한국에서만 예외일 수는 없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도록 만든 첫번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최소한의 인권을 위해 경제계 설득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앞장서서 인권위를 매도했다. 지금의 사태가 정면 충돌로 이어지느냐 여부도 전적으로 정부가 하기에 달렸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기본적 인권 기준은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하면서, 노사간 중재와 협상에 매진하는 것이다. 국회 또한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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