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07 19:54
수정 : 2008.05.07 19:54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5일 자체 조사 결과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지지율 급락을 가져온 직접 원인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단지 이 사안 하나만으로 임기 초반의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걸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미 지난달 여러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낮은 지지율의 의미를 똑바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엔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임기 초반엔 70%를 넘는 지지율로 힘차게 정책 추진을 했던 게 우리 경험이다. 미국에서도 임기 초반의 대통령에겐 언론과 국민이 좀더 관대하고 기다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이 이명박 정부에선 사라졌다. 하나의 잘못 때문에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추락한 게 아니란 걸 뜻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실망이 깔렸다고 봐야 한다. 출범 두 달여 만에 벌써 정치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겸손하지 못한 게 아닌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면서 왜 국민에게 맞서고 이기려고 하나”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지율 추락을 불러온 열쇳말은 ‘오만’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먼저 펼치고 밀어붙이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런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계기로 분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책을 고집하기 전에, 먼저 국민의 뜻을 묻고 그걸 존중해야 한다. 반대 여론이 무서워 자신 있게 추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대운하와 같은 정책들은 깨끗하게 포기하는 게 신뢰를 얻는 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잘못을 되돌아보지는 않고, 철없는 학생과 소비자들이 ‘좌파의 선동’에 휘둘린다고 목소리만 높여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지율이란 건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지만, 한번 어느 선 밑으로 떨어지면 좀체 회복하기가 어렵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그대로 굳어져, 임기 내내 국정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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