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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8 21:24 수정 : 2008.05.08 21:24

사설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인터넷 괴담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사이버 테러 및 폭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적극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처벌할 법규를 검토하고 경찰을 지휘해 단속하겠다고 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사이버 폭력 척결에 검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검찰의 이런 방침은 배경을 의심받기 꼭 알맞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이 자신들에 반대되는 주장을 모두 ‘괴담’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한 직후 이런 수사 방침이 나온 탓이다. 검찰총장 말대로 “거짓과 과장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해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고 불신을 부추기는 것이 심각한 범죄”라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다른 무엇에 앞서 검찰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일인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 말고도 지금 검찰이 힘을 기울여야 할 민생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끼칠 파장도 걱정된다. 검경이 수사에 나선다면, 당장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쪽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가는 이야기에는 허위나 과장도 있겠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이를 처벌한다면 곧 구시대의 공안정국이다. 수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만으로도 정당한 비판은 위축된다. 결과적으로 광우병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은 한숨을 놓을 게다.

이는 헌법상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 침해가 된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은 시민의 기본적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다를 게 없다. 비교해 재어보면 검찰 수사로 침해되는 법익과 권리는 정권이 거둘 당장의 정치적 이익보다 크다.

검찰 수사는 시대착오이기도 하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인터넷과 통신의 바다를 ‘교육기관 업무방해죄’나 ‘전기통신사업법’ 따위 전혀 상관없는 법으로 막겠다는 것부터가 억지스럽다. 그런 발상은 군사정권 시대 국민의 입을 막으려 했던 ‘유언비어 날조·유포죄’와 판박이다. 이미 20년 전 공동체의 합의로 폐지한 것을 인터넷 시대인 지금 되살리려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법률가들의 조직인 검찰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게다. 그런데도 이런 방침을 들고 나왔으니, 정권의 하청 수사 아니냐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다. 검찰 독립이란 구호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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