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08 21:27 수정 : 2008.05.08 21:27

사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재산을 등록해둠으로써 공직자들이 재임 기간에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검증 기능이 중요하다. 부동산 투기나 탈세 의혹 등이 있는 문제 인사들을 걸러냄으로써 고위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예비 후보들에게 평상시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러한 재산공개의 의미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도 ‘일만 잘하면 되지 도덕성이 무슨 문제냐’는 식인데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재산공개 이전에 의혹의 증거를 지우는 일종의 ‘분식’까지 하고 있다. 이번 재산공개를 앞두고 문제되는 땅이나 주식은 팔고, 안 낸 세금은 내도록 한 청와대의 내부 지침이 그것이다. 이리 감추고 저리 빼돌리려면 재산 공개를 왜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번 공개 대상자의 33%, 곧 셋 중 한 사람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임용 시점부터 공개 이전까지는 재산에 손을 못 대게 하고,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개 내용을 보면, 옷을 벗어야 할 청와대 비서관이 여럿 있다. 강훈 법무비서관과 김준경 금융비서관이 대표적이다. 강 비서관은 큰아들과 딸에게 각각 2억3600만원과 1억8500만원을 증여해 놓고 지난해와 올해 증여분에 대한 세금을 최근에야 냈다고 한다. 김 비서관도 2005년 7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충북 제천에 임야 1만5천여㎡를 사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또 장인이 딸에게 준 돈에 대한 증여세를 지난달에야 냈다.

청와대는 이들이 세금을 냈으니 괜찮다는 식이다. 말이 안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증여 후 석 달 안에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실정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 나라를 운영하는 두 기둥인 법과 금융을 다루는 두 비서관이 법을 어기고도 자리를 유지한다면 어느 누가 법을 지키고 세금을 제대로 내겠는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찾으려면 청와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