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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9 19:17 수정 : 2008.05.09 19:17

사설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음을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어려웠는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서민들을 생각하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강만수 경제팀이 이런 국면을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만수 경제팀이 보인 행보에 비춰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물가 안정을 너무 가볍게 보는 태도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4%를 넘어선 데 이어 생산자물가도 무려 9.7%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물가 걱정들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추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강 장관의 이런 인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물가를 희생시켜 가며 경제를 살린 적이 없다.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하는 듯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도 큰 문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050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당국은 수출을 늘리려 환율 상승을 묵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조금 늘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더욱이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내수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적으로 경기 하강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고환율 정책으로 국내 경기를 살릴 수 있으리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

현 경제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임기 안에 뭔가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이다. 하지만 국민의 삶의 터전인 경제는 특정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물며 올해 말까지 갈지 말지도 모르는 현 경제팀이 자신들의 임기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내놓으려 하는 것은 과욕이다. 추경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면 단기적으로 뭔가 성과를 보여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경기가 가라앉을 때는 최대한 긴축하고, 잠재성장력을 키우면서 도약을 준비하는 게 순리다. 겨울잠을 자야 할 곰이 겨울이 오는데도 먹을거리를 찾겠다며 이리저리 헤매다간 굶어죽기 십상이다. 겨울이 되면 최대한 몸을 움츠리면서 다가올 봄을 대비하는 게 곰이 살아남는 지혜다. 경제 현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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