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09 19:19
수정 : 2008.05.09 19:19
사설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먼저 언급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던 <코리아 타임스> 김연세 기자가 ‘1개월 청와대 출입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스스로 내린 징계다.
청와대 기자단이 김 기자를 징계한 명분은 두 가지라고 한다. 김 기자가 또다른 발언에서 약속을 깨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실명을 언급했다는 점과, 이 대통령의 도쿄 기자간담회 발언 중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한 부분을 보도했다는 점이다.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을 언급한 건 신의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중징계할 사안은 아니다. 도쿄 간담회에서 오바마와 힐러리를 언급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그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기자들이 문제인 사안이다. 청와대 기자단이 국민의 알권리보다 권력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태를 보면, 비보도 요청을 남발하는 청와대 쪽에도 잘못이 있지만 그걸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기자들의 자세가 더욱 문제다. 이 대통령의 워싱턴 발언이나 도쿄 발언은 즉각 보도가 됐어야 할 내용들이다. 매우 제한적으로 국익과 관련한 사안에서 비보도나 보도유예(엠바고)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두 사안 모두 국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모든 권력은 좋은 사실만 국민들에게 알리고 치부는 감추려 한다. 특히 통치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겐 항상 유·무형의 압력과 부탁이 들어온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이런 요청에 순응하기 시작하면, 국민의 눈은 가려지고 권력은 더욱더 검은 커튼 속으로 자신의 몸을 감추게 된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취재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사실대로 국민들에게 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연세 기자 징계는 청와대 전체 기자들의 의견이 아닌, 기자단을 이끄는 몇몇 운영위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된 측면이 커 보인다. 기자단이 존재하는 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기사 내용을 두고 취재원과 담합하고 스스로를 규제하기 위한 게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진실 보도’보다 중요한 원칙은 없다는 사실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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