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11 21:25 수정 : 2008.05.11 21:25

사설

인천교육청이 지난주말 전국적인 촛불집회를 앞두고 관내 중고교에, 학생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그 내용과 지도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검열하라는 것인데, 대다수 학교는 이미 이를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간에도 할 수 없는 짓을 교육기관이 저지른 것이다. 이들의 눈에 학생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가 보다.

통신 검열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교육당국이 모를 리 없다. 사생활을 파괴하고, 인격을 유린하는 게 통신 검열이다. 정권엔 권력 남용과 정치 공작의 수단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정권은 사회적 소통과 여론 형성을 막고 조작한다. 그 때문에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된 나라에서도 통신 검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지난 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감의 대책회의 이후 잇따르고 있다. 회의에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촛불시위의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했다. 쇠고기 문제를 이념문제로 몰고가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각 학교에선 시위에 참여하면 벌점을 준다는 등 협박으로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인터넷 혹은 휴대폰 괴담 색출에 나서기도 했다. 시·도 교육청은 교사와 장학사 등을 시위현장으로 동원해 학생들을 귀가하도록 윽박질렀다.

그뿐 아니다. 16개 시·도 교육청은 대부분 교과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선전하는 홍보교육 지침을 학교에 시달했다. 학교 자율화를 위해 모든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던 게 엊그제인데, 교과부는 정권 안위를 위해 없던 지침도 만들어낸 셈이다. 농림부 등이 제작한 관련 자료는 시·도 교육청에 이미 배포됐다. 학교를 정권 홍보마당으로 전락시키고, 잘못투성이 정보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것이니, 학교 현장의 반발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촛불시위 현장의 어린 학생들 입에선, 불과 80여일밖에 안 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퇴진 요구가 공공연히 터져 나온다. 정권과 보수언론은 배후 색출에 혈안이다. 학생들을 시위 현장으로 내몬 배후 세력은 누구인가. 국민의 건강과 주권은 포기하고, 거짓말로 이를 호도하며,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유린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교육당국이 거기에 끼어 있으니 더욱 한심할 뿐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