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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2 21:10 수정 : 2008.05.12 21:10

사설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일어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파문을 축소하려는 데 급급하다. 부실 협상의 경위를 밝히고, 협상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쪽 협상단은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 쪽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전제조건이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조건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상대에게 위임한 것은 이해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심각한 부실협상이며, 수석대표를 포함한 협상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이 당연히 지난 2005년 입법예고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할 것으로 믿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협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믿었던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국제법상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 설사 그렇다 해도 이행 약속만 믿고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협상단의 책임이 면책될 수 없다.

부실 협상 못지 않은 문제는 정부의 강변에 가까운 해명과 석연찮은 말바꾸기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한 30개월 미만 소는 동물성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30개월 미만 모든 소를 부위 제한 없이 동물 사료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중대한 착오가 빚어졌는데도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며 협상에서 전략적 실수를 덮고 미국을 감싸려 드니 매를 버는 꼴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강화한 게 아니라 완화했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그에 대해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미국측의 보도자료 잘못’, ‘영문 해석상의 오류’라며 궁색하게 말을 바꿨다.

협상단의 어처구니없는 실책과 정부의 방어적 자세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협상’이 아니라 ‘타결’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사수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할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정치적 결단으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그 경위를 밝혀야 한다. 아울러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를 다시 입법예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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