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2 21:11
수정 : 2008.05.12 21:11
사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그저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출국하기에 앞서 “친박 복당 문제는 5월 말까지는 가부간에 결정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오찬에서 “복당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부감은 없다”면서도 시기 등을 당에 미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자 최후 통첩이다.
박 전 대표의 요구를 놓고 여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들어주자니 그동안 복당을 반대해 온 이 대통령이나 강재섭 대표 등 주류 쪽 체통이 우습게 되고, 거부하자니 박 전 대표의 반발로 여권이 크게 균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대표 경선에 나서 이 대통령 쪽과 정면대결을 하거나 탈당하는 방안이 박 전 대표 쪽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집권 초기에 여당 정치인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도전한 경우는 없었다. 한마디로 여권의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이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통합 리더십은커녕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 탓이다. 자기 계파 불리기에 골몰했던 공천이나 ‘강부자’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인사 파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상황이 어려울 때는 국정 동반자라고 치켜세우고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외면했다.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잃었고, 그 후에 문제 해결 능력도 보이지 못했다. 개혁을 내세워 낙천시킨 사람을 슬그머니 복당시키려 하고 있으니 일관성조차 없다.
박 전 대표 역시 한심하다. 그동안 자신은 계파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줄곧 강조했지만, 최근의 모습은 특정 계파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공천헌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이건, 그동안 낡은 정치인으로 지탄을 받았던 사람이건 이른바 ‘친박’이면 무조건 감싸고 있다. 국익이나 당익은 뒷전이다. 또다른 이명박식 정치와 다를 게 없다.
지난 총선에서 표출된 첫번째 민심은 거대 여당의 출현을 견제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밀실에서 복당이니 뭐니 하면서 총선 구도를 흔드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청와대 회동에서 당 대표직을 권했다는 둥 사실이 아니라는 둥 양쪽이 다투는 것도 볼썽사납다. 두 사람은 이제 정치놀음을 중단하고 민생 안정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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