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2 21:12
수정 : 2008.05.12 21:12
사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엊그제 청와대 안가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전직 언론인들을 불러 대접하는 자리였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지극히 사적인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최시중 위원장은 알다시피 대통령의 멘토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방통위원장으로는 적임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지적을 받고도 취임했으면 처신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한테 터놓고 조언할 수 있는 사이인데 형식이 무슨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만나 조언하려 했다면 자연인으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이처럼 대단히 사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방통위는 최근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 방통위 직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전화를 해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그것이다. 방통위는 다음이 문의해 오자 단순히 답변을 해주었다는 것이지만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기관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임을 알고 있는 직원이 기관장의 의중을 헤아려 과잉 충성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직원들에겐 아주 중요한 신호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 발언도 논란거리다. 최 위원장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언론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방송심의위원회가 최근에야 구성돼서 앞으로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은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들린다. 이런 발언도 문제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더 큰 문제다. 적절치 못한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재고해야 한다.
일개 방통위원장의 행보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의 측근들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했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금부터라도 신중하게 처신해 국가에 누를 끼치고 자신이 불행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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