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5 21:23
수정 : 2008.05.15 21:23
사설
방송사 및 방송 유관기관의 사장에 대통령 측근들이 임명되리라고 한다. 구본홍·양휘부·김인규·이재웅씨 등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등을 지낸 이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임자를 내쫓다시피 하고 대통령 참모들을 그 자리에 앉히려는 것이니,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취임 후 무엇 하나 제대로 한 일은 없이, 제 사람 챙기기와 방송 장악만은 확실히할 모양이다.
물론 방송 장악 의지는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드러나긴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 및 심의기구이지 뉴스와 논평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언론은 아니다. 정책과 심의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의지가 보도에 직접 미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책기구와 함께 방송사를 권력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방송 장악은 완성된다. 독재시절 방송이 정권의 시녀로 기능했던 것은 바로 그 방송사 최고책임자에 대한 인사권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재정권도 사장 인선에선 나름대로 신중을 기울였다. 여당의 낙천·낙선자, 대통령의 선거 참모, 혹은 정부 관료를 임명하지는 않았다. 당시 사장 가운데 방송사 내부자가 많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비난만큼은 피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민선 정부가 독재정권도 지키려 했던 체면과 염치마저 버릴 모양이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부의 이런 의지는, 자신은 무오류라는 이 대통령의 독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취임 후 잇따라 터진 인사 파동, 쇠고기협상 파동에 대해 몰이해, 정치적 선동, 괴담 탓으로 돌렸다. 특히 최근의 국민의 저항에 대해선 정부기관의 홍보 혹은 소통 부족 탓으로 돌이기도 했다. 그런 견해에서 보면 일방적인 홍보와 소통을 위한 방송 장악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권이 이런 방식으로 방송을 장악할 순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땡전 뉴스’에 현혹되리라고 믿는 건 어리석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보듯 여론시장을 독과점한 보수신문이 그렇게 정권 홍보를 해대도 국민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방송 장악은 오히려 불신만 키울 뿐이고, 결국 정권과 국정을 모두 혼란에 빠뜨리고 말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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