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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8 21:25 수정 : 2008.05.18 21:25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광주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의 승화를 다짐했다. 그는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5·18이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다고 기렸다. 넋들을 기리고 의지를 다지는 가슴 벅찬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불렀다. 5공 신군부 세력이 만든 민정당이나 그 후신 정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5·18 광주 정신은 대통령 말대로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다. 곧, 민주화의 혼이요, 염원이다. 민중이 스스로 주인 되어, 대동의 광장에서 주인답게 대접받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고 실현하는 것이 5월 정신이다. 4·19 이후 오랜 군부 유신독재의 억압을 뚫고 일어서, 87년 6월 항쟁으로 뜻을 잇고, 다시 오늘 거리의 촛불집회로 되살아난 바로 그 정신이다.

그런 5월 정신이 국민을 외면하는 것일 수는 없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선동과 왜곡으로 몰아붙이면서, 5월 정신을 입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 말대로 5월 정신이 국가발전의 에너지나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정신적 지주가 되려면, 그저 말만으론 부족하다.

그 출발은 낡은 행태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경찰 정보과 형사들과 국정원 요원들이 사찰에 나서고, 집회 현장에 사복 체포조와 교사들을 동원하는 것은 5·18 광주를 짓밟았던 5공 정권이 했던 일이다. 언론을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뜯어고치려는 행태도 신군부의 그것과 같다. 그런 짓을 하면서 국제체육대회 유치 따위의 ‘떡’을 들이댄다면 5월 정신에 대한 모독이 된다.

5월 정신을 ‘갈등과 대립을 벗어난 통합과 상생’으로 승화시키자면, 대통령과 정부 스스로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윽박지르는 게 국민을 섬기는 자세일 순 없고, 비판에 귀를 닫으면서 힘을 모아 새출발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갈등과 대립만 키울 뿐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대통령의 말은 자신에게 되돌려져야 할 말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너나없이 이명박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방향은 마땅히 영령들 앞에서 다짐한 대로 5월의 대동 정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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