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9 20:48
수정 : 2008.05.19 20:48
사설
정부가 오늘 쇠고기 협상의 추가 협의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의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근원 처방이 아닌 땜질 처방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검역주권 침해 논란을 낳았던 ‘수입 위생조건 5조’를 보완하는 것이 추가 협의의 핵심이라고 한다. 수입 위생조건 5조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과 세계무역기구(WTO) 조항은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수입을 잠정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권적 권리를 고스란히 양도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바로잡는 방식이다. 고시 부칙으로 검역주권을 명문화하거나, 외교 레터 같은 별도의 문서로 수입 중단을 보장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한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국민적 분노를 산 독소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미국의 양해로 미봉하는 것은 나라의 위신에 맞지 않다. 굴욕적인 이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범위를 재규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미국은 척주의 횡돌기 등을 식용으로 금지하고 있으면서, 한국에는 수입 허용 부위로 분류해 문제가 된 만큼 당연히 재규정해야 한다.
소의 월령제한 해제와 그 전제조건인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문제는 추가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광우병 발생 때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기약이지만,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는 안전을 위해 통제할 수 있는 사전적 예방 장치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추가 협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를 전제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되레 완화한 것이다. 정부도 협상 실수를 인정한 만큼 재협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사료 금지 조처의 시행 시점이 아니라 공포 시점에 월령 제한을 푼 것도 문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을 위해 계산적으로 추가 협의를 해서는 안 된다. 검역주권과 안전성이 침해받고 협상 과정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협상의 근간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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