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20 20:35 수정 : 2008.05.20 20:35

사설

오락가락하던 대운하 구상이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물류와 경제성 개념에서, 물 관리 및 이용 개념으로 강조점이 바뀌고 있다. 산을 뚫고 갑문을 만들고 둑을 높여 화물선이 오가도록 하지 않고, 준설과 강안 개선 작업을 통해 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정부 안에서 물 관리 개념으로 의견이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제법 됐다. 공약을 파기하면 정권의 신뢰성이 추락하고, 강행하면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니, 내색을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3월 말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뒤 대운하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대운하 전도사라는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은 4월 말 “치수 및 수질 문제로 강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물 관리 측면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달 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운하는 운하가 아닌 수로”라고 개념을 바꿨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물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들은 이 사업을 4대 강 정비 차원이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이것만 보면 논의는 일단락된 듯하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미련은 여전히 크다고 한다. 게다가 연평균 7% 성장과 일자리 300만개 약속이 공수표가 되어가는 형국에서,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드는 대운하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니 여론의 저항이 줄면, 하천 정비사업을 즉각 대운하 사업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천 정비사업은 특별법도 필요 없는 만큼, 정치권과 여론의 저항을 피하며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대운하 준비를 총괄했던 국책사업지원단까지 부활시켰다. 꼼수의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정비사업의 방향도 문제다. 이들이 모범으로 꼽는 한강 정비사업은 실패 사례의 전형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서 한강의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해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류가 아니라 물 관리로의 전환이 꼼수가 아니기를 빈다. 꼼수가 아니라면, 먼저 대운하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 그런 뒤 한강 사업을 타산지석 삼아 4대강 정비 계획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세워야 한다. 시작부터 서두른다면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