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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1 19:16 수정 : 2008.05.21 19:16

사설

꽃게 철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어획량이 크게 줄었던 서해 꽃게가 올해는 비교적 풍성하다. 하지만 북방한계선(NLL) 가까운 곳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한숨을 짓는다. 중국 어선들이 꽃게를 싹쓸이하는데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배 200여 척은 선단을 이뤄 북방한계선 북쪽 바다는 물론이고 남쪽까지 내려와 닥치는 대로 꽃게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북 관계 악화에 있다. 남쪽은 남북 사이 충돌이 일어날까 봐 중국 배에 엄하게 대처할 수가 없다. 중국 배를 보고 쫓아가더라도 북쪽으로 올라가 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결국, 중국 배가 지나치게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내려온 경우가 아니면 나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 배를 용인하는 듯한 북쪽에 협력을 요청할 수도 없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벌써 몇 달째 끊긴 상태다.

해결책이 뭔지는 남북 모두 잘 안다. 공동어로가 그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서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다른 합의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어로는 꽃게 철에 맞춰 시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대가를 지금 어민들이 치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대북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북쪽이) 도와주면 ‘고맙다’ 그런 마음이 없는 게 조금 …”이라며 “그런 마음을 고쳐야 발전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쪽 스스로 ‘도움을 받는 나라’임을 인정하고 남쪽에 굽히고 들어올 것을 요구한 것이다.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를 대하듯 압박하는 이런 태도는 남북 관계에 걸맞지 않다.

남북 관계의 기본은 통일을 내다보면서 평화구축과 상생 협력을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력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일방적 관계를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거친 언사로 남쪽 대통령을 비난하는 북쪽 잘못을 탓하거나 이전 정권의 성과를 무조건 부인하기에 앞서, 정부는 현실성 있는 호혜적 대북 정책이 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가 계속된다면 남북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음을 이번 일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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