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1 19:17
수정 : 2008.05.21 19:17
사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간 사냥’이 다시 시작됐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별로 검거 목표까지 세웠다고 한다. 이 달에 추방하겠다고 계획한 이주노동자 수만 해도 서울 600명, 부산 250명 등 모두 3천명이다.
단속반원은 목표를 채우려고 무리하게 좇고, 절박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려고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뿐 아니라 많은 불상사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 1월 조선족 노동자 한 사람이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8층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지난달에도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한 명이 3층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정부는 단속 근거로 불법 체류라는 잣대를 내세우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적인 고용 허가제 때문이다. 국내 노동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저임금을 강요하면서도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게다가 일에 익숙해질 만하면 출국시키는 상황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할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비인도적인 과잉 단속을 하기에 앞서 ‘노예 허가제’라고 비판받는 고용 허가제부터 손질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차별부터 먼저 철폐해야 한다.
며칠 전 이주노조의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을 법무부가 강제 추방한 것도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지적했듯이, 지난달 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 두 사람을 같은날에 동시에 체포한 것은 누가 봐도 이주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표적 단속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주노조 지도부 체포와 추방이 벌써 세 번째다. 게다가 법무부는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진정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두 사람을 추방하지 말도록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했다. 최소한의 법적인 절차마저 내팽개친 셈이다. 이러고도 인권국이라 할 수 있는가.
헌법상의 노동삼권은 내국인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주노조는 이미 고법에서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각종 차별과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기준에 맞게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