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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3 08:42 수정 : 2008.05.23 09:10

사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서 아무리 자질이 부족하다지만, 그럴 순 없는 일이다. 어떻게 국민 혈세를 자신과 간부들의 체면치레용으로 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은 2000만원, 차관은 1000만원, 실·국장급 간부는 500만원씩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냈거나 내도록 했다니, 그 무지와 방종 앞에서 더는 할말이 없다. 교육 예산이 장관의 쌈짓돈으로 보이는가.

모교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면서, 빈손으로 보낼 수 없어 돈을 들려 보냈다고 하는데, 돈다발 없이는 찾아갈 수 없는 게 모교인가. 게다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지금 교과부가 교육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교과부 장관과 간부들이 가야 할 곳은 아이들이 절규하는 촛불문화제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교육 역주행으로 말미암은 아이들의 고통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른바 교육 시장주의 정책이 얼마나 많은 아이를 좌절케 하고 있는지, 거기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 들어야 했다. 국가 예산을 빼돌려, 엉터리 교육정책을 홍보하라고 보낼 일이 아니다.

김도연 장관은 지난 4월 각 시·도 교육청에 예산 10% 절감을 지시한 바 있다. 교육 예산을 10%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삭감한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초·중·고교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서 구입비 등의 예산을 줄이느라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교육 예산에서 2000만원을 초등학교 모교에 냈으니, 다른 학교의 상실감과 분노는 얼마나 클까.

사실 김 장관 임명은 애초부터 잘못 끼운 단추였다. 교육에 관한 철학이나 소신은 없고, 그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다. 이른바 학교 자율화 정책이 학교 교육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이 공교육을 얼마나 파괴할 것인지, 아무런 개념도 없다. 정책자문위원을 모두 친정부 단체 출신으로 채울 정도로 편협하다. 교과서 내용까지도 이익집단의 이해에 맞춰 수정하려 한다.

더 머뭇거려선 안 된다. 나라 예산을 간부 체면치레로 쓰는 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면, 공직자로서 자질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문제가 되는 줄 알고도 했다면 국민과 법을 농락한 것이다. 우리 교육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즉각 사퇴하라. 그것만이 나라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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