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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3 19:12 수정 : 2008.05.24 01:44

사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에서 부결됐다.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이 모여 표결했지만, 일부 이탈표로 가결이 무산됐다.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해임안 표결을 강행한 야당이 우선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등에 업고 해임안을 내놓았지만, 내부에서 무너져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낸 것이다. 임기 막바지에 야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떨어진 점 등이 이탈표가 발생한 원인이겠지만, 어쨌든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야당으로서 국민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곧 개원할 18대 국회는 거대 범여당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해임안 처리 무산은 앞으로 야당의 존재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야당의 무기력은 여권의 독선적인 정치행태를 더욱 부채질해 대의정치의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제대로 된 견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해임안이 부결됐다 해서 이를 빌미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 장관에 대한 문책은 해임안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진작에 단행했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했던 개방 기준을 팽개친 채 국제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검역주권까지 미국에 넘겨주는 내용의 협상을 한 주무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재적 과반수에 가까운 의원들이 정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를 했다. 국민의 뜻을 헤아려 당장 정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 정 장관도 더는 구차하게 굴지 말기를 바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쇠고기 사태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죄한 마당에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임명권자에 대한 도리다.

엉터리 협상을 한 관계자들도 엄중 문책해야 한다. 인물 교체로 새로운 진용이 꾸려지면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도덕성 결여와 능력 부족 등이 드러난 장관들과 청와대 보좌진의 교체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처도 없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현재의 정치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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