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3 19:16
수정 : 2008.05.23 19:16
사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손을 잡았다. 두 당이 함께 18대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비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에서 교섭단체에 비해 많은 불이익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20석 이상인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작은 정당들이 손을 잡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그들을 지지해준 국민의 목소리를 좀더 효율적으로 국회에 반영하겠다는 걸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합당이 아닌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두 당은 “비교섭단체를 지지한 국민들의 원내 대표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런 명분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두 당의 정책 노선이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두 당의 이념과 지향이 전혀 다른데도 교섭단체를 같이하겠다는 건, 그로써 얻어지는 정치적 부수 효과와 실리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누가 보더라도 이회창 총재와 문국현 대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이 정통 보수에서 이탈했다고 비판하며 ‘원조 보수’를 내걸고 정치에 복귀했다. 반면에 문국현 대표는 참신하고 진보적인 새로운 정치를 주창해 왔다. 그는 민주당까지 싸잡아 ‘과거형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새로 탄생할 원내 교섭단체가 어떤 모습일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치란 게 원래 변화무쌍하긴 하지만,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연대는 유연함이 아니라 야합이고 국민에게 혼란만 안겨주는 퇴행일 뿐이다.
특히 문국현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 “가치와 비전, 정강과 정책이 같아야 한다”는 이유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진보 성향의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문 대표가 내건 ‘가치 중심의 새로운 정치’가 의미있을 거라고 봐서 그를 4월 총선에서 다시 부활시켰다. 그런 그가 이회창 총재와는 어떤 가치가 맞기에 손을 잡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운하 반대와 쇠고기 검역주권, 중소기업 활성화 문제에서 자유선진당과 의견이 일치했다는데, 그런 이유라면 그 세 가지 사안 외에도 많은 정책에서 공통점이 있는 민주당과 함께하는 게 문 대표가 말하는 ‘가치의 정치’에 훨씬 맞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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