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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5 21:45 수정 : 2008.05.25 21:45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 달이 지났다. 경제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500만표 차라는 압도적인 대선 승리가 보여주듯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노 홀리데이’를 선언하는가 하면 공단의 전봇대를 뽑고 일선 경찰서에 달려가는 등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의욕적이고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대신 실망감이 넘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역대 정부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70~80%에 이른 점에 비춰 보면 이명박 정부의 추락은 유례없이 가파르다. 게다가 국민들은 쇠고기 개방 등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심지어 탄핵 서명까지 나돌고 있다.

통상 6개월 동안의 허니문 기간도 없이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반에 위기에 봉착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정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강부자 내각’으로 일컬어지는 새 정부의 각종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공직자의 윤리를 중시해온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사고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결과는 ‘아륀지 소동’과 ‘0교시 부활 파동’ 등 각종 정책 혼선으로 나타났다. 또, 막무가내식 공기업 기관장 교체와 방송 장악 시도 등에서 드러나듯 법치주의와 의견 다양성 보장 등 민주주의 운영 원칙이 짓밟히고 있다. 촛불집회 방해나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등도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 남북관계 후퇴도 마찬가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 그러자면 먼저, 국정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 효율과 업적만 중시하는 기업 경영식 국정운영을 탈피해야 하며,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타협하고 공존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당장 이명박 정부의 변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쇠고기 개방 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의 뜻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수입 고시를 연기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는 길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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