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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6 20:22 수정 : 2008.05.26 20:22

사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무차별 체포한 정부가 다시한번 불법 집회 엄정대처 방침을 경고하고 나섰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국민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자유를 보장하기에 상당히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집회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무조건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주동자는 물론 선동·배후 조종한 사람까지 끝까지 검거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한 김경한 법무장관의 발언에 나타나는 현정부의 사태 인식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촛불집회가 자발적인 민심의 표현이었음은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넘겨주다시피 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을 중심으로 재협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정부는 이들의 우려를 ‘괴담’으로 헐뜯으려 했지만 결국 대통령이 나서 사과해야만 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사과가 말만 사과였지 실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통과 요청이었다는 점이다. 20일 가까이 수많은 국민이 청계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호소하고, 80% 가까운 국민이 재협상을 원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은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8~30일 사이에 협상 결과를 고시하겠다고까지 밝혔다.

대통령은 소통을 말했지만 국민은 소통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협상 책임자인 정운천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를 믿을 수도 없다. 주말 청와대로의 거리행진은 소통의 좌절과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시위의 배후 운운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주말 시위의 연행자 68명 가운데, 사회단체 소속이거나 과격 시위 전력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위의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소리에 귀 막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렇지만, 국민과 정부가 직접 대결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쇠고기 협상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구조조정, 학교 자율화, 대운하 등 현정부가 대결적 상황을 조성한 것은 한둘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 직접 대결로 말미암은 파국을 막으려면 정치권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해야 하며 정부는 진심으로 귀를 열어야 한다. 고시를 연기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한편, 연행된 시위자들을 석방하는 게 그런 노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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