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6 20:23
수정 : 2008.05.26 20:23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이은 ‘4강 외교 틀잡기’의 일환이다.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는 기존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를 ‘두 나라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세계적 이슈에 대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말 그대로라면 한-중 관계는 군사문제 이외의 ‘세계 경영’을 함께 논의하는 수준으로 올라선다. 이런 관계 자체가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전략적 동맹’을 선언한 한-미 관계와의 조화 여부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 이익이 일치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느 한쪽과의 관계에 치우치면 다른 쪽과의 협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곧, 중국과의 관계 격상이 정착하려면 균형외교에 대한 지속적 의지가 필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냉전식의 한-미-일 삼각동맹에 기대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우려를 씻어내는 자리가 돼야 한다.
한-중 수교 16년 만에 두 나라 교역 규모는 한-미, 한-일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경제·사회 분야에서는 이를 밑거름 삼아 사람과 기술의 교류가 더 원활해지고 교역의 질이 높아지도록 실질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에너지·환경·식품안전 등 분야의 협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서둘 이유는 없다. 그 이전에 통상정책 전반에 대한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먼저다.
이 대통령이 중국 쪽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요청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리는 건 아주 유감스럽다. 북-중 우호 관계가 오랜 역사가 있다 하더라도 남북 관계를 개선할 책임은 어디까지나 남북 정부에 있다. 정부가 무리한 대북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중국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외교적 실패다. 중국이 남쪽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가능성도 없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4강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4강 외교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 주도적 노력이 중요함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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