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6 20:24
수정 : 2008.05.26 20:24
사설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경유값 폭등으로 타산이 맞지 않아 화물 운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컨테이너 운송비는 80만원으로 묶여 있지만 기름값이 지난해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라 손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광양·창원 곳곳에서 운행 포기가 늘어 수출 물량이 창고에 쌓여 있다.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는 다음달 10일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운행 중단 등에 나서겠다고 한다.
1톤 트럭에 온 가족의 생계를 걸고 골목골목 누비던 영세 자영업자들도 차를 세우고 있다. 하루종일 장사를 하거나 배달을 해도 기름값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촌에서도 기름값이 무서워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의 핏줄인 물류가 위협받고 영세업자들이 생계 위협에 노출되는 지금의 사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서민의 기름으로 불리는 경유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크게 늘어 국제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가 통제하던 유가는 시장이 자율화된 상태여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실 국제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돼 왔다.
정부는 경유값이 오르는 것은 국제시세 때문이어서, 세금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세금을 낮추면 소비가 늘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선 경유가 더 비싼데 세금을 낮추면 가격 구조가 왜곡돼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치 앞을 못 내다본 세금 정책은 경유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휘발유 세금은 손대지 않은 채 경유 세금을 올렸다. 경유값이 너무 싸기 때문에 형평에 맞춘다는 논리로 휘발유와 경유, 엘피지의 소비자 가격을 100 대 85 대 50의 비율이 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후 국제 경유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 비율은 훨씬 넘어선 상태다. 정부가 결과적으로 약속을 어긴 셈이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많은 서민이 생계를 위협받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유류보조금 지급 기한의 연장을 검토한다지만 더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사업체 등록을 하지 못해 보조금 혜택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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