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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국회제출 거부 재고해야 |
정부가 군사·외교 기밀자료의 국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밀자료가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해 ‘주한미군의 지역역할’ ‘전쟁 여건 변화 모의분석’ 등 몇 건의 기밀자료가 국회에서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던 점을 감안하면 발상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나는 경직된 조처로서, 재고돼야 한다. 정부는 새 지침에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사항은 서류 제출 또는 대면 설명을 거부하도록 했다. 또 군사기밀을 공개한 의원과 보좌관에게는 엄중히 대처하도록 했다. 기밀의 관리와 공개 여부는 오로지 정부의 몫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국회에서 기밀이 분별없이 새어나가거나 공개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회는 기밀 열람의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삼권분립 정신에 맞다. 기밀 공개 여부 판단을 정부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편의주의적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보 보호의 필요성보다 공개에 따른 국민의 편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할 때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의원들에게 기밀 유출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정부는 기밀 관리를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기밀 분류는 자의적이다. 국방부가 분류한 군사기밀은 2급 22만9700여건, 3급 36만7900여건에 이른다.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가 의원들의 기밀유출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되레 설득력 있다. 정부는 공개할 수 없는 것과 공개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해야 한다.
국회 윤리위를 제외하고는 기밀을 공개한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이 정부의 고충이라고 한다. 국회는 추상적인 윤리강령을 고쳐, 기밀 누설에 따른 징계기준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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