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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7 20:47 수정 : 2008.05.27 20:47

사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처신이 점입가경이다.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쓴 것도 모자라, 일부 간부 직원을 인사조처하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자질 부족은 물론, 거짓말 책임회피 등 온갖 추한 모습이 드러난다.

김 장관은 애초 방문 및 발전기금 지원 대상을 모교로 한정한 것처럼 밝혔다. 그러나 일부 간부는 제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해 발전기금 지원을 약정했다. 모교에 대한 지원은 나랏돈을 체면치레에 썼다는 수준의 비난을 받겠지만, 자녀 학교의 경우 나랏돈을 ‘촌지’ 형태로 썼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가 커질 것 같자, 김 장관은 서둘러 자녀의 학교에 지원한 두 간부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하지만, 방문 대상 학교에 모교뿐 아니라 자녀 학교까지 포함한 것은 교과부 차원의 결정이었다. 김 장관은 서둘러 꼬리를 자르고 궁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들만 속죄양 삼은 것이다.

그동안 그가 책임을 모면하려고 취한 태도는 보기 딱할 정도였다. 처음엔 과거 정권 때부터 내려온 관례라는 말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거짓말임이 들통났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지원한 사실도 알았지만 쉬쉬했다. 대국민 사과의 수준을 정하는 데도 청와대 눈치만 살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심기만 챙겼다.

이런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의 특별교부금 용처를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는 아예 귀를 틀어막았다. 반면 청와대의 의중을 살펴 집행하는 데는 민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교과부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사표를 냈다. 연구기관 통폐합도 마구잡이로 밀어붙인다. 대통령의 관심사인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은, 숱한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이 아니라 서울에도 세우려 한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청와대만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그의 성공비결이자 처세술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이 매사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장관까지 그리하면, 정권은 물론 나라의 꼴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정권이 영혼 없는 공무원을 요구한다지만, 부하 직원을 파리목숨 취급하는 그런 장관 밑에서 제대로 일할 사람은 없다. 김 장관은 더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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