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8 19:48
수정 : 2008.05.28 19:48
사설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로 연행된 시민이 어제 새벽까지 200명을 넘었다. 경찰은 차도에서 행진한 사람들에 이어, 어제부터는 광장과 인도에 있는 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갔다. 더 강한 진압으로 겁을 주고 위협하려는 의도일 터이다.
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경찰이 마구잡이로 포위해 연행하려 하자 많은 이들이 저항 없이 스스로 경찰버스에 올라탔다. 잘못이 없으니 당당하다고 말한다. 연행자들의 상당수는 경찰에서 조사에 불응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자발적으로 경찰 연행에 응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얼마 전 경찰청이 촛불집회 주도자 등에 대한 처벌 방침을 밝혔을 때 누리꾼들이 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실명을 밝히며 ‘나를 잡아가라’고 나섰던 것과 비슷하다. 부당한 경찰력 행사를 겁내지도, 인정하지도 않겠다는 일종의 시민 불복종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양상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위에 참여해 당당하게 연행된 시민들은, 뜻이 굳은 지사나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런 이들이 처벌과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부터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촛불집회에 나선 수만명의 시민 말고도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통해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수십만이고, 함께 분노하는 이들은 또 그 수십 배에 이를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시위 지휘부나 배후를 찾을 수 없다며 난감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국민적 분노의 바다 위에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 못잖게 큰 그 역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겠는가.
이쯤 되면 주권자인 국민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평화적으로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애초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가 도로교통법이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등 하위법으로 함부로 제한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들 법과 경찰력을 내세워 강경대처의 길을 계속 간다면, 불복종과 분노는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된다.
해법은 달리 있지 않다. 국민을 이기려 하지 말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먼저다. 해결책은 그 속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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