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8 19:49
수정 : 2008.05.28 19:49
사설
어제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은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나라 관계가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현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차원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이 먼저 이런 관계를 제안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제 정상회담 직전 행한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고 말했다. 시대와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냉전시대 군사동맹’으로 지금 문제를 다루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이다. 무례한 측면이 있지만, 정상회담에서는 거론하기 어려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도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남북 양쪽의 친구로서 남북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충고했다. 공동성명도 한국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 대신 남북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 3000’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바란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데 대해서도 의구심과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두 나라의 국익이 같지 않은 만큼 중국 쪽 문제제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방중을 자기 점검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이명박 외교’의 한계는 앞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동맹 강화론에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 균형외교가 가능하도록 4강 외교의 틀을 다시 잡는 것이다. ‘미국 추종’으로 비치는 순간부터 한국 외교는 4강 모두에게 힘을 잃게 된다.
더 중요한 일은 남북 관계를 빨리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기대어 북한을 압박하려는 듯한 지금의 정책 기조는 벌써부터 이명박 외교의 족쇄가 되고 있다. 한국 외교의 힘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를 깨달았다면 이번 중국 방문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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