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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20:55 수정 : 2008.05.29 20:55

사설

정부가 끝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다. 국민의 가슴에 다시한번 못질을 하고 말았다.

시민들은 연일 자발적으로 거리에 뛰쳐나와 한-미 쇠고기 협상을 재협상으로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검역주권을 내주고 국민의 안전에 눈감은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이 아니라 ‘방미 선물’로 일방적 양보를 했고, 협상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정부 자신도 몇몇 대목에서 중대한 실책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촛불시위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단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당연하고 소박한 국민의 소리에 정부는 끝내 귀를 닫았다.

정부는 추가협의로 검역주권과 안전성 문제에 대해 보완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광우병이 발생해도 바로 수입 중단을 못하도록 한 본문을 그대로 두고 부칙에다 수입 중단 권리를 반영해, 자존심도 구기고 실효성도 빛이 바랬다. 일부 특정 위험물질을 제외했다지만 이전에 비해 제한이 대폭 풀리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들어온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해소하지 못했다.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슬러가며 굴욕적인 협상 결과를 굳이 껴안고 가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민주정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우리 국민이 아니라 미국의 눈치를 더 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다.

쇠고기 협상과 그 이후의 과정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첫째로 자발적 친미사대 정권임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닫고 일방 독주를 하는 비민주성을 꼽아야 할 것이다. 협상 과정이나 협상 실수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부도덕성이 세 번째 속성이다. 이런 정부에 주인인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시 강행으로 국민 불복종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합법적 의사소통 구조가 막혀 더 많은 거리시위가 벌어질 게 뻔하다. 그 모든 책임은 스스로 정당성과 도덕성을 허문 이 정부에 있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오류를 근원적으로 바로잡는 길만이 해결책이다. 협상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협상을 통해 주권과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일대 쇄신으로 정부의 민주성과 도덕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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