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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30 19:03 수정 : 2008.05.30 19:03

사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이젠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소통’의 첫 작품이, 자신은 중국에 가 있는 사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내세워 장관 고시를 강행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말한 ‘소통’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속된 말로 입술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어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차피 맞아야 할 매라면, 대통령이 없는 사이에 장관이 뒤집어쓰는 게 정치적으론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그 다음 순서는 장관 교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정무적 판단’이 아니다. 잔꾀에 불과하다. 국민은 믿음을 잃고 있는데, 대통령은 저 뒤에 숨고 장관 한 사람만 희생양으로 올려 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면 큰 착각이다.

많은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의 가장 큰 책임이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데,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 담화에서 국민이 느낀 것은 쇠고기 파문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의 강한 의지였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소통이란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인데, 이 대통령은 자기 입장에서 소통의 내용과 방식을 정하고 밀어붙인다. 국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데, ‘이젠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장관 고시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면서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국민의 얘기를 직접 듣고 국민의 불안감이 어떤지를 직접 느껴봐야 한다. 만약 국민의 불안감이 정말 허황된 것이라면, 그걸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도 이 대통령밖엔 없다. 중국 쓰촨성의 지진 현장을 찾았던 본인이, 스스로 만든 청계광장에 나와 촛불 든 시민과 대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젠 장관 한 사람 바꾼다고 상황이 진정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정권의 신뢰가 걸렸다는 생각으로 직접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100분 토론도 좋고, 끝장 토론도 좋다. 그래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국민 뜻에 따르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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