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1 20:31
수정 : 2008.06.01 20:31
사설
촛불집회로 드러난 민심의 분노가 임계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어제 새벽까지 계속된 집회에선 다른 무엇보다 ‘이명박 물러나라!’는 구호가 더 많이 나왔다. 시위대는 청와대 바로 앞 세 곳에서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48년 전 4·19를 떠올리게 한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더 커지는 양상이다.
촛불집회가 청와대로 향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근원이며 바로 그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터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데 분노한 탓이기도 하다.
그런 요구에 이명박 정부는 물대포와 경찰 체포전담조 투입으로 응답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다짐한 뒤 첫 행동이 그런 일이다. 그는 또 참모들에게 그 많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만사를 돈으로 계산하는 사고방식도 놀랍지만, 국민의 뜨거운 마음에 눈감으려는 행태는 더 기가 막힌다. 그에게는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 손잡고 집회에 나온 모녀, 촛불을 함께 든 회사 동료와 연인 등 노소와 하는 일의 차이 없이 많은 이들의 마음이 한결같다는 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런 폭력 도구 없이 스스로의 뜻으로 모인 이들이 바로 국민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그런 국민을 적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4·19나 6월 항쟁과 달리, 지금은 젊은 엄마와 10대 등 ‘범국민’이 앞장섰다. 그 뒤를 대학생들과 노조, 정치권이 따르는 양상이니, 갈수록 폭발력이 커지게 된다. 그러잖아도 화물연대와 여러 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여기에 양극화와 자영업 몰락, 실업, 질 낮은 일자리 등에 실망한 많은 이들의 한숨이 행동으로 바뀌면 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제 촛불집회를 강경진압으로 몰아낸다면 이 많은 이들의 항의와 아우성은 또 무엇으로 막으려는가. 그때는 축제 같은 집회가 아니라 다시 눈물과 피가 뿌려지는 항쟁이 된다.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하면 된다. 장관이나 참모 몇 사람 바꾸고 말뿐인 다짐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바뀐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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