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6.02 20:52 수정 : 2008.06.03 00:27

사설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거대 신문들의 모습은 초라하다.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은 높다란 이들 신문사 건물 앞에서 ‘전기세가 아깝다, 불 꺼라’고 야유한다. ‘폐간하라’는 구호가 나오고,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조롱받기 일쑤다. 언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니, 4·19 등 역사의 고비에서 돌멩이 세례를 받았던 그 당시 관영 매체들의 처지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들 신문이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주장을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논란 초기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한데 국민이 뭘 몰라 그런다고 훈계하는 식으로 보도했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졸속임이 드러나 시늉뿐인 추가 협의를 한 뒤엔, 이젠 그쯤 하면 됐다고 말리려고만 했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배후에서 누군가 선동했을 것이라는 엉뚱한 말로 헐뜯으려 했다. 뒤늦게 이명박 정부의 각성과 쇄신을 주장하고 있으나, 민심의 분노가 정부뿐 아니라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뒷북치기’로 비친다. 제 힘만 믿고 국민의 뜻을 이쪽 저쪽으로 함부로 몰려다 실패한 뒤의 모습이다.

언론의 본래 구실은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공론의 장에 부치는 일이다. 곧 의제 설정 기능이다. 이번 촛불집회 국면에서 이들 거대 신문이 내놓은 주장이 외면받은 것은, 이들이 국민을 자신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대상으로만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오만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 정보 수용자에 그쳤던 국민은 이제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실시간으로 이를 주고받으면서 공동체의 문제를 토의한다. 직접 행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동시에, 대규모로 벌어진다. 거대 신문·방송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던 과거의 일방적 정보 전달 대신, 쌍방향 소통의 ‘2.0 세대’가 여론시장의 주역이 된 것이다.

쌍방향 소통자인 국민은 잘못된 여론 형성 도구를 스스로 바로잡겠다고까지 나섰다. 조선·중앙·동아 구독거부 서명 운동과, 이들 신문에 광고를 싣는 기업에 항의하는 누리꾼들의 캠페인이 그런 것이다. 이는 족벌언론 등 소수의 뜻이 일방적으로 지면을 뒤덮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경고다.

이런 변화를 외면한다면 언론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쌍방향의 소통에 소홀했던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 언론 모두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여론의 작동 방식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방식에 매달린다면 더 설자리가 없게 된다. 지금 손가락질받는 몇몇 신문의 오만과 굴욕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지금은 변화에 걸맞은 언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