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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3 19:44 수정 : 2008.06.03 19:44

사설

4·9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갈등으로 한나라당을 뛰쳐나갔던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복당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이런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5월 말까지 친박 인사들의 일괄 복당’을 내걸고 내부 투쟁을 벌였던 박근혜 전 대표로선 정치적 승리다.

누구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한나라당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공당이라면 그 과정에 나름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강재섭 대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의 정체성과 윤리적 판단을 기준으로 복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을 하루아침에 허물어 버린 한나라당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선 언제든 스스로 세운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정당임을 내보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자기 계파 챙기기를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욱 큰 문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그릇된 상황 인식이다. 여권 지도부의 태도를 변화시킨 건 촛불시위다. 국정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선 ‘박근혜’로 상징되는 영남지역과 강한 보수 성향의 지지층을 다잡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인 것 같다. 이런 인식의 밑바닥엔 현재의 국정 위기를 보수-진보의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진보 세력은 총결집해서 공세를 취하는데 보수가 분열돼 있어선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같은 맥락이다.

싸움을 하기 전엔 우선 내부부터 추스르라는 병법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특정 계층, 특정 집단을 겨냥한 ‘싸움’이 아니다. 성공한 대통령들의 공통적인 덕목은 사회통합 능력이다. 위기니까 우리 편부터 먼저 결집하자는 생각으론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불렀던 지난 대선 때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면, 나중에 조용히 지키면 된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시내에서 촛불을 밝힌 수많은 시민에겐 친박 인사들의 한나라당 복당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성난 민심 수습을 위한 첫 대책이 친박 인사 복당이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다. 시민들이 싸워서 얻은 과실을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추종자들이 가장 먼저 따먹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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