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4 19:47
수정 : 2008.06.04 19:47
사설
미국 쇠고기 문제가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정부가 생각하는 해법이 한국 국민의 요구와 너무 다른 데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한-미 관계의 토대 또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두 나라 정부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국민의 여론은 이미 전면 재협상으로 모인 상태다. 국민의 80% 이상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야당에 이어 여당도 재협상 쪽으로 돌아섰다. 거리집회의 규모와 강도, 참가자의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2의 6월항쟁’이라고 할 만한 분위기다.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고 출구를 찾으려는 정부의 여러 시도는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민간 자율규제를 통해 30개월령이 넘은 미국 쇠고기 수출입을 제한하려는 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꼼수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미국은 재협상을 해야 할 사유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형식적으로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명백하게 미국 책임이라고 할 만한 잘못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로선 이미 수출 준비에 들어간 국내 육류업자의 이익과 다른 수입국과의 협상에 끼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런 형식 논리를 넘어선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할 수도, 쇠고기를 유통시킬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국민을 무시하는 이런 조처는 쇠고기 문제를 넘어선 전면적이고 전국적인 반정부 투쟁을 유발할 것이다. 미국 및 미국 상품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역시 크게 달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한해 수억~수십억 달러의 한국 쇠고기 시장을 얻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해법은 한국 정부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여 합리적 수준의 타결책을 찾는 것이다. 미국 쇠고기와 관련해 “한국 국민이 과학에 대해 좀더 배우기를 바란다”(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식의 태도는 한국인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지 않는 먹을거리는 수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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