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4 19:48
수정 : 2008.06.04 19:48
사설
“내 어린 자식들이 그들의 피부 빛깔이 아니라 인품으로 평가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을 갖고 있다”며 흑백차별 철폐운동의 전면에 나섰던 마틴 루서 킹 목사는 1968년 4월 백인이 쏜 총탄 앞에 쓰러졌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어제 미국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확정함으로써 미국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승리한 오바마 의원에겐 축하를, 그리고 패배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후보가 될 수 있는 저력을 보여주며 끝까지 선전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는 위로의 뜻을 전한다.
오바마 후보는 이제 15개월에 걸친 당내경선을 뒤로하고 이미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올 11월 선거에서 누가 “새롭고 더 나은 미국”을 만들 적임자인지를 다투게 된다. 그가 본선에서도 승리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것만으로도 인종 장벽을 무너뜨린 역사적 쾌거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초선 의원으로서 노련한 클린턴 의원을 제친 그의 힘은 미국민들의 ‘변화’와 ‘화합’에 대한 갈구를 정확하게 포착한 데서 나왔다. 부시 정권 8년은 미국은 물론 세계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간 세월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극에 달했고, 빈부격차도 한없이 벌어졌다. 국제적으로는 이라크 침공으로 표현된 미국의 힘 과시가 이념적·종교적 대립을 불렀다. 테러와의 전쟁은 오히려 전세계적인 테러의 확산을 가져왔다. 한반도에서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의 대결정책은 북한의 핵개발을 가져오는 등 갈등만 야기했다. 세계인들이 투표권이 있다면 오바마가 매케인에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부시의 미국에 실망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고 더 나은 미국”은 대결 대신 공존의 정신에 바탕을 둬야 한다. 오바마는 이라크 철군을 약속했다.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과의 대화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사회의 인종·계급의 분열과 이념적 간극을 메워나가는 데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정치 초년병의 감상적 주장’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넘어 이런 공약을 얼마나 현실화해 내느냐에 그와 미국의 앞날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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