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4 19:49
수정 : 2008.06.04 19:49
사설
두산그룹은 최근 중앙대 법인을 인수하면서 지극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 김희수 전 이사장이 손을 떼는 대가로 그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수림재단은 장학 및 연구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기는 했지만, 실적이 없다. 재단의 성격상 두산 출연금의 사용처는 전적으로 김씨에 의해 결정된다. 두산은 이번 거래를 통해 학교법인 변칙매매의 길을 터놓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출연금 규모는 김씨가 학교에 썼다는 1116억원에 94억원을 보탠 수치다.
교육만큼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없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국가가 각급 학교에 예산 지원은 물론 각종 세제 및 재산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신 국가는 학교법인에 대해 영리 목적의 매매를 엄격히 규제한다. 학교 재산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처럼 학교를 매매할 경우 학교 교육의 안정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법인 인수는 부채 탕감이나 출연금을 학교에 약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중앙대 쪽은 거래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림재단이 출연금을 최대한 중앙대를 위해 쓰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한다. 양해각서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설사 합의가 있다 해도, 수림재단이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할 방도는 없다. 김 이사장의 선의에만 의지할 뿐이다.
중앙대 쪽은 또 학교법인은 돈을 쓰는 곳이지 버는 곳은 아니라며, 두산을 변호한다. 하지만, 법인 출연금은 세액 감면 혜택을 받는다. 특별히 돈을 쓰지 않고도 사회적 공헌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법정관리 기업 인수 등에서도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두산그룹은 지금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번 거래가 학교법인 편법 매매의 길을 터놓는 전례가 되지 않도록 잘잘못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학교마저 투기판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학교를 대기업에 넘기려 하는 학교법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와는 별도로 두산그룹은 법인 운영의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학교 재정 확보를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계획과 재단 출연금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지원은 하되 학교 운영에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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