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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5 19:44 수정 : 2008.06.05 19:44

사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미국 육류업체의 ‘자율 규제’를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으며, 답신이 올 때까지 새 수입위생조건의 고시와 검역을 보류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촛불이 켜진 지 한 달 만에 정부가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려는가 보다 했다. 그러한 기대는 하루 만에 빗나갔으며 정부의 자세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육류업체들의 자율규제에 기대어 사태를 수습해 보겠다는 발상은 낯이 뜨거울 정도다. 정부가 장사꾼에게 사정 좀 봐 달라고 애걸하는 꼴이고, 그나마 모든 업체들이 동조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자율규제를 못 하도록 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도 충돌한다. 보름 전 여당 정책위의장이 미국 대사에게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까지 있었다니 입맛마저 씁쓸하다.

물론 정부도 운신에 큰 어려움이 있는 줄 안다. 미국 관리들은 쇠고기 재협상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사태는 사즉생의 각오로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 재협상을 제외한 어떤 조처도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을 결연히 받들어 미국에 당당히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나온다고 저자세를 보이거나 우회할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이 사들이는 쪽인데 미국에 절절맬 이유가 없다.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 정부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 실질적 재협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타결하고도 미국 쪽의 요청으로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사실상 재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도 외교적으로 재협상이 문제가 안 된다는 선례로 볼 수 있다.

쇠고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한테 수입 개방을 약속해 벌어진 일이므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푸는 방법밖에 없다. 실무 협상팀에 맡겨서는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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