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5 19:46
수정 : 2008.06.05 19:46
사설
지난 4일 치러진 재·보궐선거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던진 충격이 큰 것 같다. 민심 이반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조각 수준에 버금가는 대폭적인 인적 개편을 청와대에 촉구하고 있다. 비비케이(BBK)를 비롯해 대선과 관련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선거란 게 민심의 풍향계인 이상, 여권이 재·보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여러 방면의 쇄신책을 모색하는 건 바람직하다. 또, 기존에 검토해 왔던 쇄신책의 폭을 좀더 넓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민심 흐름을 제대로 읽고 거기에 맞는 방안을 정확히 내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대책을 쏟아내더라도 저만치 멀어져 간 민심을 되돌리긴 어렵다.
두 달 전만 해도 여당에 몰표를 줬던 민심이 돌아선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이번에 재차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를 타개하려면 국정운영 방식과 기조의 변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이게 불충분하게 이뤄진다면, 아무리 많은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바꾸더라도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선 다수 국민의 요구대로 분명하게 재협상을 해야 한다. 편법으로 이 문제를 돌아나가려고 해선, 다른 어떤 쇄신책도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걸로 비칠 뿐이다.
국민이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한 만큼, 이 대통령은 몸속까지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말만으론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진짜 달라졌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조처를 원한다.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그런 상징적인 조처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그렇게 약속할 때에야, 국민은 다시한번 대통령을 믿고 기대를 걸 수 있게 된다. 747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말할 때에야, 국민은 정부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뛸 채비를 할 것이다. 인적 쇄신은 중요하고 폭넓게 해야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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