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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6 19:27 수정 : 2008.06.06 19:27

사설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규모는 커지고, 확산 속도는 빨라진다. 21년 전 6월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규모와 속도가 아니다. 국민의 뜻과 의지는 이미 드러났다. 대통령의 진정한 사죄와 국정쇄신이 그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대통령의 선택이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아직 국민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말로는 청와대에 인터넷 여론 담당자를 두겠으며, 각계 원로들의 조언을 듣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현충일 추념사에선 ‘더 낮은 자세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으며, 국민과 한마음이 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래, 아직 국민의 뜻을 몰랐다는 건가. 게다가 꼼수로 보이는 일들은 계속 벌어진다.

엊그제 국민행동 시작 첫날, 특수임무수행자회 간부와 일부 회원들은 촛불문화제 행사장을 선점했다. 4일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이미 오래 전 고지된 현충일 행사장을 서울광장으로 급히 바꾼 것이다. 이 단체는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펼침막까지 내걸고 그를 응원해 왔다. 청와대가 불교계를 시작으로 마련한 각계 인사의 조언을 듣는 자리가 설득용이거나 시간 벌기용으로 비치는 건 이런 일들 때문이다.

실제 그는 불교계와의 만남에서 재협상 불가의 입장을 분명히했다. 협상 잘못에 대해서라도 사죄해야 하는데, 국제관례에 대한 무지만 깨우치려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변한 건 없다. 국민과 한 몸 운운하는 수사만 늘었을 뿐이다.

그런 대통령에게 더 무슨 말을 할까. 그러나 여론을 듣겠다고 했으니 한 번 더 제안해보자. 취임후 그는 즐겨 현장을 찾았다. 어린이 유괴 미수사건이 터졌을 때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나, 하다못해 중국 방문 때도 대지진 피해현장인 쓰촨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민이 간곡히 호소하고 또 분노하는 현장은 피했다. “나는 이 시대가 낳은 절름발이 사생아”라는, 한 진압 의경의 통절한 자책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게 시간은 독이다. 국민 행동이 지금은 축제처럼 진행되지만, 언제 전경들의 방패 너머로 범람할지 모른다. 청와대가 아니라 광장으로 나오라. 거기에 민심이 있고 여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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