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6 19:29
수정 : 2008.06.06 19:29
사설
이명박 정부가 새 통일교육원장에 홍관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내정했다고 한다. 홍씨는 보수적 시각의 학자들 가운데서도 극우 성향이 두드러진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 시점에서 그런 사람을 교육분야에 발탁하려는 현정부의 ‘개념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다.
홍씨는 통일연구원에 재직 중이던 2005년, 6·15 남북 공동선언을 “북한의 적화통일 방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용공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선 한나라당 중랑을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전력도 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는 인사를 등용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 홍씨를 기용하려는 논리인 듯 싶다. 그렇다면 6·15 남북 정상회담을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북한과의 화해·협력보다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게 현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인사를 통일교육기관 수장으로 앉히면, 그게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과 북이 진정으로 화해·협력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쓸 때”라며 “교류·협력 사업에서 남북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화해·협력을 얘기하는 마당에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교육원장에 기용하려는 건, 이 정권의 내부적인 정책 혼선을 드러내는 것이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총선 낙천자 구제 차원에서 인사를 하겠다는 것 둘 중 하나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지금은 남북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과 미국은 핵 문제에서 가시적 진전을 이뤄 나가는데, 남북관계는 오히려 현정부의 완고한 태도로 퇴보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내용은,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홍씨는 정부의 그런 정책 방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새 정부가 진정 남북관계에서 화해·협력을 추구해 나갈 생각이라면, 홍씨의 통일교육원장 내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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