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8 19:41
수정 : 2008.06.08 20:55
사설
실로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안이한 상황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집권세력이다. 여기에 정권 핵심부에선 내분까지 표면화하고 있으니, 이게 출범한 지 100일밖에 안 된 정권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해 “그때(노무현 정부에서)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차피 터져야 할 폭탄이 돌아가다 이명박 정부 머리 위에서 터졌다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이러니 사태가 진정될 리 없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촛불집회는 쇠고기 파동이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그 밑바닥엔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잘못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총체적 불만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어야 한다. 잘못은 이명박 정부에 있고, 그걸 고칠 책임도 이 정부에 있다. 이전 정권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은 ‘아직도 이 정권이 정신을 못 차렸구나’ 하는 인식만 국민에게 심어줄 뿐이다.
더욱 볼썽사나운 건 정권 핵심부에서 터져나오는 내분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세 명을 지목하며 ‘이들이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 발언을 뜯어보면 국회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이고, 청와대 세 명 중 한 사람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자 박 비서관은 또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오빠, 이번에 안 시켜 주면 울어버릴 거야~ 잉”이라며 매달렸던 어느 여성이 청와대 비서관의 지원으로 고위직에 임명됐다는 대목에선, 이 정권이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생각은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분은 어느 집단의 통제력 상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러기에 대개 집권세력의 내분은 정권 말기에나 불거져 나온다. 이 정권은 출범 100일 만에 벌써 말기의 징후를 골고루 다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내부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국민 요구를 수렴하고 내부 쇄신을 단행해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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